4,657 0 0 6 72 0 2년전 0

운수 좋은 날(외)

한민족 정신사의 복원 ―범우비평판 한국문학을 펴내며 한국 근현대 문학은 100여 년에 걸쳐 시간의 지층을 두껍게 쌓아왔다. 이 퇴적층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과거화 되면서도, ‘현재’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세기가 바뀌면서 우리는 이제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현재를 보다 냉철하게 평가하며 미래의 전망을 수립해야될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세기 한국 근현대 문학을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바로 21세기의 문학적 진로 모색을 위한 텃밭 고르기일뿐 결코 과거로의 문학적 회귀를 위함은 아니다. 20세기 한국 근현대 문학은 ‘근대성의 충격’에 대응했던 ‘민족정신의 힘’을 증언하고 있다. 한민족 반만년의 역사에서 20세기는 광학적인 속도감으로 전통사회가 해체되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문화적 ..
한민족 정신사의 복원
―범우비평판 한국문학을 펴내며

한국 근현대 문학은 100여 년에 걸쳐 시간의 지층을 두껍게 쌓아왔다. 이 퇴적층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과거화 되면서도, ‘현재’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세기가 바뀌면서 우리는 이제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현재를 보다 냉철하게 평가하며 미래의 전망을 수립해야될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세기 한국 근현대 문학을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바로 21세기의 문학적 진로 모색을 위한 텃밭 고르기일뿐 결코 과거로의 문학적 회귀를 위함은 아니다.
20세기 한국 근현대 문학은 ‘근대성의 충격’에 대응했던 ‘민족정신의 힘’을 증언하고 있다. 한민족 반만년의 역사에서 20세기는 광학적인 속도감으로 전통사회가 해체되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문화적 격변과 전통적 가치체계의 변동양상을 20세기 한국 근현대 문학은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다.
‘범우비평판 한국문학’은 ‘민족 정신사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망각된 것들을 애써 소환하는 힘겨운 작업을 자청하면서 출발했다. 따라서 ‘범우비평판 한국문학’은 그간 서구적 가치의 잣대로 외면 당한 채 매몰된 문인들과 작품들을 광범위하게 다시 복원시켰다. 이를 통해 언어 예술로서 문학이 민족 정신의 응결체이며, ‘정신의 위기’로 일컬어지는 민족사의 왜곡상을 성찰할 수 있는 전망대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범우비평판 한국문학’은 이러한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편집 방향으로 기획되었다.

첫째, 문학의 개념을 민족 정신사의 총체적 반영으로 확대하였다. 지난 1세기 동안 한국 근현대 문학은 서구 기교주의와 출판상업주의의 영향으로 그 개념이 점점 왜소화되어 왔다. ‘범우비평판 한국문학’은 기존의 협의의 문학 개념에 따른 접근법을 과감히 탈피하여 정치·경제·사상까지 포괄함으로써 ‘20세기 문학·사상선집'의 형태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시·소설·희곡·평론뿐 아니라, 수필·사상·기행문·실록 수기, 역사·담론·정치평론·아동문학·시나리오·가요·유행가까지 포함시켰다.

둘째, 소설·시 등 특정 장르 중심으로 편찬해 왔던 기존의 ‘문학전집’ 편찬 관성을 과감히 탈피하여 작가 중심의 편집형태를 취했다. 작가별 고유 번호를 부여하여 해당 작가가 쓴 모든 장르의 글을 게재하며, 한 권 분량의 출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별 시리즈 출판이 가능케 하였다. 특히 자료적 가치를 살려 그간 문학사에서 누락된 작품 및 최신 발굴작 등을 대폭 포함시킬 수 있도록 고려했다. 기획 과정에서 그간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문인들을 다수 포함시켰으며, 지금까지 배제되어 왔던 문인들에 대해서는 전집발간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이를 통해 20세기 모든 문학을 포괄하는 총자료집이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셋째, 학계의 대표적인 문학 연구자들을 책임 편집자로 위촉하여 이들 책임편집자가 작가·작품론을집필함으로써 비평판 문학선집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전문 문학연구자의 작가·작품론에는개별 작가의 정신세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한국 문학연구의 성과가 집약돼 있다. 세심하게 집필된 비평문은 작가의 생애·작품세계·문학사적 의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검증된 작가연보·작품연구·기존 연구 목록까지 포함하고 있다.

넷째, 한국 문학연구에 혼선을 초래했던 판본 미확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일제 강점기 작품의 경우 현대어로 출판되는 과정에서 작품의 원형이 훼손된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이번 기획은 작품의 원본에 입각한 판본 확정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근현대 문학 정본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신뢰성 있는 선집 출간을 위해 작품 선정 및 판본 확정은 해당 작가에 대한 연구 실적이 풍부한 권위있는 책임편집자가 맡고, 원본 입력 및 교열은 박사 과정급 이상의 전문연구자가 맡아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였다. 또한 원문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엄밀한 대조 교열작업에서 맞춤법 이외에는 고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번 한국문학 출판으로 일반 독자들과 연구자들은 정확한 판본에 입각한 텍스트를 읽을 수 있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범우비평판 한국문학’은 근대 개화기부터 현대까지 전체를 망라하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문학 전집 출간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권수의 제한 없이 장기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출간될 것이며, 이러한 출판 취지에 걸맞는 문인들이 새롭게 발굴되면 계속적으로 출판에 반영할 것이다. 작고 문인들의 유족과 문학 연구자들의 도움과 제보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범우비평판 한국문학 편집위원회 임헌영·오창은
1900년
음력 8월 9일 대구에서 아버지 현경운玄擎運과 어머니 이정효李貞孝 사이에서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남.

1910년
어머니 죽음. 이때까지 한문을 배움.

1913년
서울로 올라와 일본어와 산수를 배움.

1914년
서울 모 중학교에 입학.

1915년
대구의 부호 이길우李吉雨의 18세 난 딸 순득順得과 결혼.

1916년
동경 모 중학 3학년에 편입.

1917년
중학 졸업 후 귀국. 대구에서 이상화·이상백·백기만과 함께 동인지 《거화炬火》를 냄.

1918년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던 셋째 형 정건을 찾아가 호강대학滬江大學 독일어 전문부에 입학.

1919년
상해에서 귀국. 당숙 현보운 죽음. 현보운에게 양자로 가서 서울 관훈동 52번지에서 양조모와 양모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삶.

1920년
첫 작품인 단편소설 〈희생화〉를 발표. 《조선일보사》에 입사.

1921년
단편소설 《빈처》를 《개벽》에 발표.

1922년
박종화·나도향·홍사용·박영희 등과 함께 《백조》 동인으로 활동. 첫 창작집 《타락자》(조선도서주식회사)를 간행.

1923년
첫 장편소설 《지새는 안개》를 《개벽》에 연재 시작. 《시대일보》사로 기자직을 옮김. 최남선 주재의 《동명》 편집동인.

1924년
독립운동을 하던 셋째 형 정건 피검.

1925년
장편 《지새는 안개》를 ‘박문서관’에서 간행.

1926년
단편소설집 《조선의 얼굴》을 ‘글벗집’에서 간행. 친구 나도향 죽음.

1927년
뒤에 장편소설 《적도》의 일부가 된 〈해 뜨는 지평선〉을 3회에 걸쳐 《조선문단》에 연재.

1928년
《동아일보》 사회부장이 됨.

1929년
민족사의 고적을 순례할 목적으로 고도순례古都巡禮에 나섬. 《고도순례·경주》를 13회에 걸쳐 《동아일보》에 발표.

1930년
장편소설 《웃는 포사褒팚》를 《신소설》과 《해방》에 4회 연재하다가 중단.

1931년
단편소설 〈서투른 도적〉(《삼천리》)과 〈연애의 청산〉(《신동아》)을 발표한 이후부터 단편 쓰기를 거의 중단.

1932년
셋째 형 정건 죽음.

1933년
《적도》를 《동아일보》에 연재 시작.

1936년
손기정 선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동아일보》가 손 선수 우승의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무기 정간되고 당시 그 신문사의 사회부장이었던 현진건은 1년간 옥고를 치름.

1937년
출옥 후 《동아일보》 사직. 관훈동에서 서대문 부암동으로 이사. 양계를 시작.

1938년
장편소설 《무영탑》을 《동아일보》에 연재 시작.

1939년
《무영탑》과 《적도》를 ‘박문서관’에서 간행. 장편소설 《흑치상지黑齒常之》를 《동아일보》에 연재 시작.

1940년
《흑치상지》 강압에 의하여 연재 중단. 《조선의 얼굴》이 금서 처분됨.

1941년
장편소설 《선화공주》를 《춘추》에 연재하다가 미완성으로 중단.

1943년
무남독녀(첫째 딸과 둘째 딸은 만 1세 전후에 병사) 화수和壽는 박종화의 자부가 됨. 결혼 후 한 달만에 장결핵으로 죽음.

1948년
기행문 《당군성적 순례》를 ‘예문각’에서 간행.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